“고객에게 덤을 드렸는데, 나중에는 덤을 못 받은 걸로 컴플레인이 생겼어요.”
고객이 덤(공짜)까지 상품에 포함시켜버린 서비스 설계상의 문제입니다.
“신입직원한테 노하우를 다 알려줬는데, 그 경력으로 창업하면서 배운 게 없어서 나간다고 말하더라고요.”
월급을 주면서 노하우까지 전수했지만, 직원은 자신이 배운 게 없다고 인지합니다.
“대표님이 인맥을 연결해준 것은 맞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는 철저히 제 노력의 결과인데 왜 고마워해야 하나요?”
매칭 될만한 사람끼리 소개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였는지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더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그렇게 느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실망합니다. 사람에 대한 실망을 많이 하다 보면 기대치가 낮아집니다. 그런 기대치로 사람을 대하다 보면 귀인을 못 알아보고 떠나보내는 아쉬운 경험을 합니다. 이쯤 되면 과연 감사할 줄 모르는 상대방만 잘못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베푸는 입장, 공짜로 뭔가 주는 입장에서도 그것을 가치 있게 잘 전달하는 노력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고객에게 공짜로 주고도 욕먹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짜 마케팅을 통해서 유료로 전환되는 고객 비율이 높아지고, 윈윈 하기 위해서 창업자는 무엇을 신경 써야 할까요?
다음 3가지 정도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1. 공짜가 처음부터 공짜는 아니었다는 것을 인지시킨다.
저는 과거에 진행하던 유료 메일 코스 중 일부를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합니다.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고 적혀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무료 코스를 위한 랜딩페이지가 따로 존재(bit.ly/zero7days)합니다.
과거에 유료로 제공되던 것이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설명이 존재합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한시적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고, 언제든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고 명시해두었습니다.
공짜 상품과 서비스라도 무조건 제공하는 사람의 시간과 비용이 투여됩니다. 인력이 투여된 것은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도 계신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돈을 써서라도, 돈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시간은 웬만한(?) 돈보다 더 귀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Free(자유로운) 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Free(무료)가 아닙니다. 그런 시간을 써서 만든 것은 비용을 지불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돈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애써서 만든 콘텐츠와 상품이 <당연한 공짜> 취급받아서는 안됩니다. 공짜로 제공하면서 세련되게 생색을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글 시작에 언급된 사례처럼 무료로 주고도 욕먹는 상황이 생깁니다.
친한 사람은 내 노력을 알 텐데 그런 사람한테까지 생색 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를 더 모를 확률이 높습니다.
단편적인 모습으로 나를 다 안다고 판단하고, 그 판단으로 내 행동 전체를 끼워 넣고 재단하는 일은 가까운 사이에서 더 벌어집니다. 그리고 서로를 제일 잘 안다고 착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 수 없는 괴리감을 느끼고, 상대방이 변했다고 서로 이야기하지만 서로는 원래 그랬던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일부로 더 생색을 내야 나중에 어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얼마든지 공짜로 줄 수 있잖아”라는 쿨한 말은 나중에 관계를 급속도로 차갑게 만드는 불씨가 됩니다.
2. 공짜와 유료의 경계가 애매해졌다.
유튜브에는 무료라 보기 힘든 콘텐츠가 둥둥 떠 다니고 건지기도 쉽습니다.
잠깐! 제가 지금 무료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는데 이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유료사이트에서 다뤄지는 내용 이상의 것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고, 유튜브 내용 그대로 유료 판매되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격차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비용)
정보의 격차는 비용을 지불할 때 작동하는 가치 판단에도 격차를 만듭니다. 그런 가치 판단의 격차를 활용하면, 공짜를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콘텐츠 마케팅을 기업 실무에 적용하는데 필요한 해외 유튜브 영상을 제가 따로 정리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실제로 제가 구독하고 보는 도움되는 영상들이 존재하고 그런 영상들을 순서대로 배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이런 영상들을 몇 년간 보면서 공부하고, 적용해보고, 실패하고 성과도 내는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상을 처음 본 분들에게 좀 더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저는 이런 영상 링크들을 배치해서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고, 이 영상을 본 분들과 일주일에 한 번 웹 세미나 툴을 이용해서 토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지식콘텐츠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버터플라이의 코스도 진행되고, 다른 무자본 창업자 분도 이렇게 돈을 법니다. (그 영상 링크는 자신이 만든 것이어도 되고, 기존에 있던 유튜브 링크라도 상관없습니다.) 이런 모델로 성장하는 대표적인 곳이 스터디 파이(https://studypie.co/ko)입니다.
세계적인 강연회인 T.E.D의 참가비는 최대 1200만 원 정도 합니다. 저렴하게 참여해도 400만 원이고, 초대를 받아야 참여할 수 있는 조건도 있습니다. 이렇게 참여해야 하는 T.E.D는 동영상을 편집해서 무료로 제공합니다.
제공받는 정보 자체만으로 봤을 때, 무료로 보는 것과 1200만 원 주고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곳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돈으로 따지기 힘들지만)
제가 아는 강사분들도 유료로 강연장에서 강의할 때와 무료로 강연장에서 강의할 때, 강연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유료정보가 얼마든지 공짜로 취급될 수 있고, 공짜도 얼마든지 유료로 바뀔 수 있는 세상입니다.
유료정보를 공짜로 전달할 때는 그에 맞는 생색을 내고, 공짜를 유료로 제공할 때는 그에 맞는 명분을 확실히 제시해야 됩니다. 공짜와 유료 정보에 대한 경계가 점점 더 흐려지면서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입니다.
3. 공짜를 이용해서 참여시키고 가치를 만들자.
생색을 잘 내면서 공짜로 제공하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공짜를 더 가치 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또, 공짜를 제공하면서도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짜로 받는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서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네이버 쇼핑에서 구매하고 리뷰를 달면 포인트를 공짜로 받습니다. 리뷰에 참여시켜서 포인트를 얻게 만드는 것입니다.
온라인 쇼핑에서는 고객의 후기가 중요한 구매 결정 기준이기 때문에 리뷰의 가치는 굉장히 높습니다. 덤으로 포인트를 받지만 판매자에겐 이익 창출에 도움을 준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책 판매할 때, 무료 요약본을 만들어서 제공합니다. 물론 이 요약본을 받아보겠다고 결심하고 스스로 정보를 입력한 분들에게만 드립니다. 요약본을 보고 책 구매를 한 분 중에 정해진 기준으로 후기를 쓰면 그에 응당한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액션을 취하지 않았는데, 유료 콘텐츠를 공짜로 주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자신의 노력이 들어가서 받은 공짜 콘텐츠이기 때문에 가치 있다 느끼고, 열심히 보게 됩니다. 공짜를 공짜처럼 제공하면, 사람들은 열심히 보지 않습니다. 돈을 지불한 것들도 볼게 밀려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군대 가기 직전에 무자본 창업 유료코스에 등록한 친구 2명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휴가 때마다 수업을 들으러 왔습니다. 그런 활동을 지켜보면서 저는 추가로 서비스를 연장하는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군대 갔기 때문에 연민(?)의 감정으로 추가 서비스를 준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액션을 취하는 것을 보고 제공한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분들과는 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대가 액션을 취하지 않았는데 연민으로, 혹은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에 공짜로 베푼다면, 그 가치를 못 알아주는 상대를 보면서 서운함을 느낄 확률이 높습니다.
당장은 좀 덜 멋져 보여도, 당장은 좀 쪼잔해 보여도 상대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을 전제로 공짜를 제공하세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서 얻은 것을 더 가치 있게 느끼고 감사해합니다.
자기가 번 돈을 지불하면서 교육받은 사람과 직장에서 돈을 받으면서 교육을 받은 사람은 같은 교육을 받았어도 완전히 그 가치를 다르게 평가합니다. 전자는 배움이라 생각하고, 후자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환경적인 요인에 절대적으로 영향받는 것을 인정하고 가치 있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상대를 보면서 불편한 감정과 싸우게 될 것입니다.
공짜를 가치 있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지불하는 게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공짜를 공짜처럼 주면서 왜 욕먹는지 몰랐다면 지금부터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민감하고 불편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서요. 더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크리스 앤더슨이 지은 프리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더 관심이 있는 분은 참고해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