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엄마로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엄마라는 역할은 최소 투잡 이상의 노동 강도라 생각합니다. 저는 운 좋게(?) 육아에 참여할 기회를 잡았던 아빠였기에 그런 강도를 약하게나마 경험하면서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중입니다.

제가 다양한 업력, 환경, 감정상태에 있는 분들에게 강의하면서 스스로 주의하게 된 게 있습니다. 내게 적용했던 최선의 솔루션, 검증된 최선의 접근을 전달한다고 모두 똑같이 성과가 날거라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처한 환경적인 문제, 감정적인 문제, 성향, 절실함 등을 배제하고 그럴듯한 솔루션만 전달한다고 그분들이 원하는 게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엄마로서 사업하는 분들은 처음부터 접근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특별한 역량을 제대로 발휘 못 한 채,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위로 아닌 위로만 받다가 크게 좌절하기 때문입니다.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로서, 육아하면서 스타트업을 하는 아내를 둔 남편으로서 아내를 위해 고민했던 부분을 바탕으로 엄마 사업가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엄마 사업가는 특별히 무엇을 더 해야 할까?라는 접근보다는 무엇을 덜해야 할까? 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런 접근이 제가 볼 때는 더 중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1. 죄책감 내려놓기

엄마의 역할을 맡는 순간부터 위대하고 어려운 일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엄마 역할 이외에 더 집중한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어떤 역할을 맡아도 코어에는 엄마라는 역할이 제일 크게 작용할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가라는 다른 역할을 맡는 것 때문에 생기는 죄책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내는 재택으로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키워갔습니다.(contentslabkr.com) 그래서 일 할 때 아들이 옆에서 놀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같이 놀지 못하고 일하는 것에 죄책감을 가졌습니다. (다른 시간대에 많이 놀아주면서도 말이지요.)

오히려 아가와 같이 놀면서 일해야 할 것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고, 집중은 집중대로 못하면 그것대로 또 죄책감이 증폭됩니다.

죄책감을 만드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죄책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은 본인 잘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좋은 엄마는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고 전해 들은 이야기가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죄책감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엄마는 아이에게 또 다른 죄책감을 물려주기 쉽습니다. 이번 기회에 스스로 증폭시키는 죄책감에 대해 관찰해보고, 죄책감의 근원을 의심해보고, 죄책감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세요. 육아하면서 사업하는 환경은 그런 연습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 될 것입니다. 


2. 대단한 것 하지 않기

엄마는 대단한 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드릴려는게 아닙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엄마들 마음에는 보통 조급함이 존재합니다. 오랫동안 미루고 시작하지 않았다는 불안감, 뒤쳐진 것은 아닐까 하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육아 비중을 줄이면서까지 하려는 사업이기에 좀 더 대단해 보여야 한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이것은 사업을 더 더디게 만들고, 더 거대한 우울의 바닥으로 끌어내립니다. 

아기도 걷기 전까지 기었습니다. 기기 전까지 배밀이했습니다. 배밀이 전에는 뒤집기 했습니다. 뒤집기 전에는 누워 있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자체로 위대한 스몰 스텝이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처음부터 걷도록 양육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갓난아기는 누워있지만 언젠가 자신이 걸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급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충실하면서 커갑니다

사업하는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급함과 욕심나는 게 당연합니다. 엄마는 아기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 조급함과 욕심을 만들어낸 주체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주체 중 하나에 대해서 다음 단락에서 더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체를 다시 한번 검증해보세요. 

나도 모르게 나에게 주입된 기준이 나를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하는가 아닌가만 판단해보세요. 끊임없이 불행한 느낌으로 이끈다면 그렇게 만든 기준과 그에 따른 조급함은 버리는 게 맞습니다. 욕심과 조급함 없이도 쉽게 내딛을 만한 스몰스텝부터 찾으세요. 


3. 언론과 미디어 노출 끊기

종이신문을 매일 보는 것이 미덕이고, 배경음으로 뉴스를 틀어놓는 게 지성인의 자세라고 부모님께 배웠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정말 그런 줄 믿었는데 그게 얼마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행위인지 점점 더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10년 넘게 TV 채널 없이 살고 있습니다. 돈을 더 비싸게 내더라도 원하는 프로그램만 광고 없이 봅니다. 그래서 어쩌다가 뉴스를 보면, 두통이 생깁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래서 매우 비판적으로 선별해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보고 듣습니다. 

사업하는 엄마들은 수동적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끊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를 경계해야 합니다. 

언론과 미디어 노출에 맞먹는 게 있습니다. 남 욕만 하고, 상대 이야기 듣지 않고 자기 자랑만 하는 엄마 모임에 가는 것입니다. 거기서 스트레스를 푸는 주체이면 그나마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임에서 마음이 영 불편한데, 참고 견디고 있다면 일부러 벗어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더 편하고, 행복한 이야기 나누는 기회도 찾으면 많습니다.)

사업을 하려는 엄마라면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결정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연습 중 하나가, 아니다 싶은데 관성으로 이어가는 것을 끊어내는 것입니다. 

육아를 병행하면서 사업을 하다 보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됩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끊는 것부터 관심을 가지세요. 예민해지는 상황에서도 감정적 치명상을 덜 입게 만드는 방탄조끼를 착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4. 혼자 하려고 하지 말기

남편에게 부탁하면 좋지만, 그런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거면 사업하지 말라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고, 싸움으로 번질까 봐 더 악착같이 스스로 다 해결하려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감정 소모를 많이 하다 보니, 육아까지 병행하면 금방 녹다운이 됩니다.

지친 상황에서 말로 하다 보면 힘들고 서운한 감정이 증폭되어 전달되면서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왕이면 편지나 포스트잇을 사용해서 부부가 서로의 상황을 설명하는 게 좋습니다. 

청소도 나눠서 해야 하지만 각자가 맡은 다른 역할을 하느라 바쁘다면 청소도우미를 활용해서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부분은 죄책감에서 다뤘던 부분도 포함됩니다.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 돈 쓸 만큼 버는 것도 아닌데 돈 써도 될까?라는 죄책감은 버리세요. 사업가는 돈을 잘 써야 합니다. 돈을 잘 쓴다는 것은 막 쓴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가치 있게 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쓴 돈이 10배, 100배 가치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으면 과감히 쓰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청소도우미를 사용하는데 쓰는 돈은 분명 그 이상으로 돌아옵니다. 그 돈을 아끼느라 집안일도 다하고 육아도 악착같이 다 한다면, 사업 진행의 우선순위는 항상 마지막이 됩니다. 우선순위가 밀리는 상황을 보면서 스스로 괴롭히고, 죄책감을 쌓아가는 매일매일의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낭비입니다. 

스몰스텝을 진행해오면서 쌓인 게 있다면 그것이라도 주변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페이스북) 같이 사업하기에 좋은 파트너를 계속 찾으세요. 본인이 스몰스텝을 진행했기 때문에 주도권은 본인에게 두면서요. 

번 돈을 써서 프리랜서를 고용하더라도 혼자 하지 말고 누군가와 일을 분담해서 사업을 진행해보는 연습을 계속하세요. 엄마 사업가에게 돈을 아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와 체력 관리를 하면서 이 사업을 지속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고, 자신에게 더 편한 방식으로 피봇 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5. 아이와 계속 같이 있지 말기(혼자 있기)

‘집에서 애만 보고 있는 게 그게 뭐가 힘들다고? 어차피 애는 아이패드 보고 놀고, 어린이집도 갔다 오는데’

아마 하루 종일 아이를 혼자 봐본 아빠라면 이런 말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부간 싸움을 조장하는 것 같아서ㅠㅠ 길게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대부분 그렇게 말하지 않으실 겁니다.) 

설령 그런 상황이라 해도 아이에게 있는 선택권이 엄마에게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 머물고 싶은 공간에 대한 자유도가 엄마에게는 없습니다. 이런 일을 매일 겪으면 당연히 우울증도 생기고, 공황도 올 수 있습니다. 

아이가 커가는 시간을 함께하는 게 너무나 감사한데, 그 시간 동안 자신은 죽어가는 듯한 무력감이 동시에 들 때 생기는 혼란과 죄책감을 매일 겪으면서 사업 진행에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초인적인 힘을 필요로 합니다.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외에도 혼자 좋아하는 것을 누리는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내의 경우는 마블 영화를 정말 좋아합니다. (둘째 태명도 마블이)

마블 영화가 개봉하면, 아기를 두고 같이 보러 가기 힘들기 때문에 아내가 혼자 볼 수 있도록 표를 미리 끊어 놓습니다.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강의를 추천하거나 멘토가 될 만한 분을 소개해서 만나게 합니다. 

그 시간에 당연히 저는 혼자서 육아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잘 즐기는 법을 저도 나름대로 터득하고요. 이것은 저를 희생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족 전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당연히 가져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하는 엄마라면 혼자만을 위해 누리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가지세요.


이 글을 쓰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원래 저를 재수 없게 보던 분들이 더 재수 없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네가 특별한 상황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잖아.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고요. 충분히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사업 시작 때부터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만 초점을 맞춰서 사업방식을 유지했고, 남들이 잘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공부와 오해와 시행착오를 경험했고, 그 시간을 오래 감수하면서까지 육아에 동참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오랜 시간에 걸쳐 스몰스텝을 밟았습니다.  

또 아내와 함께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 중에 생각했던 것을 바탕으로 적다 보니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육아에 동참하면서 사업하는 아빠에게도 당연히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오랜 시간 코칭하고 강의하면서 훌륭한 엄마 사업가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쉽지 않은 여정을 들으면서 공감도 많이 했고, 아내 입장에서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습니다. 

육아를 병행하면서 사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위대하게 그 일을 해내고 있고, 특히 제 아내가 그렇게 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염두에 뒀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한 의도가 1도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서 불편한 지점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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